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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리뷰 (복수극, 학교폭력, 감정선)

by 토론토 2025. 5. 9.

 

'더 글로리'는 넷플릭스에서 2022년 말부터 공개된 한국 드라마로, 학창시절 끔찍한 학교폭력을 당한 주인공이 성인이 된 후 가해자들에게 철저한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김은숙 작가가 기존의 로맨틱한 대사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깊고 어두운 심리 복수극을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송혜교는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자극적인 복수극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상처, 그리고 사회 구조적 문제를 함께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본 리뷰에서는 작품의 중심축인 복수극 구조, 학교폭력의 현실적 묘사, 그리고 감정선의 밀도를 중심으로 '더 글로리'를 분석해보겠습니다.

복수극 구조와 치밀한 전개

'더 글로리'는 고전적인 복수극의 틀을 따르면서도 현대적이고 정교한 감정 설계와 서사 구조로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주인공 문동은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졌지만, 고통을 안고 살아남아 오랜 시간 동안 철저히 복수를 준비합니다. 그녀의 복수는 단순히 감정적인 분노에 그치지 않고, 전략적이고 계산적인 방식으로 전개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과 몰입감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법과 제도, 언론과 여론, 그리고 인간관계의 복잡한 망을 이용해 가해자들을 심리적으로 무너뜨리는 과정은 통쾌함을 넘어 섬뜩할 정도로 냉정합니다. 각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전개되는 복합적인 서사 구성은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고, 주인공의 내면 변화와 주변 인물들과의 심리 게임을 더욱 입체적으로 그려냅니다. 복수가 진행될수록 시청자는 단순한 정의 실현을 넘어서 '복수는 과연 정당한가'라는 윤리적 질문과 마주하게 되며, 이는 이 드라마가 단순 오락물이 아닌, 인간 내면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작품임을 증명합니다.

학교폭력의 잔혹한 현실 묘사

'더 글로리'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긴 이유는 극 초반 등장하는 학교폭력 장면들 때문입니다. 해당 장면들은 잔혹하리만큼 사실적이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극심한 불편함과 분노를 유발합니다. 이는 자극적인 연출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심각하게 존재하는 학교폭력의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하기 위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폭력의 가해자들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은 실제 현실을 반영하며, 피해자 문동은의 고통을 더욱 절절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교사, 부모, 경찰 등 어른들의 방관과 무책임한 대응은 피해자가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되는 현실을 그대로 재현합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폭력 장면을 나열하지 않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심리적, 사회적 파장을 깊이 있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문제의식을 환기시킵니다.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이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며, 그것이 인생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뼈아프게 드러냅니다. 또한 피해자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를 마주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복수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한 점에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감정선의 깊이와 캐릭터의 입체성

'더 글로리'는 무엇보다 감정선의 설계가 탁월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문동은은 고통 속에서도 감정을 억누르고 차갑게 살아가지만, 그녀의 눈빛과 말투, 그리고 행동 속에는 억제된 슬픔과 분노가 절묘하게 드러납니다. 송혜교는 기존의 청순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내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여성의 복잡한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냈습니다. 또한 가해자들 역시 단순한 악역이 아닌, 각자의 사연과 동기, 나름의 죄책감과 두려움을 지닌 입체적인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로 인해 시청자는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아닌, 인간 본성과 심리의 복잡한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감정을 요동치게 됩니다. 문동은의 복수를 돕는 주변 인물들, 특히 하도영과 주여정의 서사는 또 다른 인간적 층위를 만들어내며, 단순한 복수극에 감정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감정이 폭발하지 않더라도, 침묵과 정적인 화면 속에서 전해지는 무게감은 기존 드라마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강하게 각인됩니다. '더 글로리'는 캐릭터의 말보다 눈빛과 정서로 이야기하는 드라마이며,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더욱 깊은 감정적 몰입을 가능하게 합니다.

'더 글로리'는 단순한 복수극을 넘어서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조명하고, 인간의 감정과 내면을 치밀하게 그려낸 수작입니다. 통쾌함과 불편함,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이 드라마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회자될 것입니다. 삶의 상처를 마주한 이들에게는 위로를, 사회 구조의 문제에 분노하는 이들에게는 공감을 안겨주는 작품으로서, 꼭 한 번은 시청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